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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행정은 굳고, 부패만 흐른다

 

(전라신문) 조계철 기자 =스마트 상수도관망관리 사업. 이름만 들으면 첨단 행정의 상징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스마트’한 것은 기술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낡고 끈적이다. 행정은 고체이고, 부패만 액체다. 수도관은 막혔는데, 권력의 물길은 여전히 넘쳐흐른다.

 

환경부가 2021년부터 추진한 스마트 상수도 사업은 물을 제대로 관리하자는 것이었다. 누수도 잡고, 수질도 체크하고, 사람 손 한 번 안 대고 요금을 정확히 매기자는 간단한 혁신이었다. 그런데 이 간단한 혁신이 네 해째 ‘검토 중’이다. 이유는 단 하나 — 그동안 수도계량기를 돌리며 고정 수입을 챙기던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검침 업무는 일자리라기보다 ‘자리 보존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공무원 가족, 마을 이장, 단체장 측근들이 나눠 맡고, 선거철엔 표 계산기처럼 재편된다. 검침결과보다 더 정교하게 조정되는 것은 득표율이다. 행정은 누수를 막지 못하면서 표는 정확히 계산한다. 똑같이 물을 보지만, 국민이 마시는 건 수돗물이고, 그들은 권력의 샘물이다.

 

환경부는 모른 척한다. 아니, ‘모르는 척하는 기술’을 완벽히 터득했다. 보고서는 늘 “단계적 전환”, “시범사업 확대”,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는 문장으로 채워진다. 부패를 막겠다는 부처가 부패의 관로를 관리하는 꼴이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행정은 퇴화했다.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모이는데, 결정은 여전히 회의실에서 끓는 보리차 위에 떠 있다.

 

결국 국민이 그 탁한 물을 마신다. 검침도 없이 요금이 부과되고, 검침 사칭 사건이 터지고, 코로나 감염병 시기엔 확진자가 온 동네를 돌았다.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이 시스템을 붙잡고 있는 낡은 손이다. 그 손이 놓지 않는 한, 스마트 상수도는 영원히 멈춰 있을 것이다.

 

이건 단순한 물 관리 문제가 아니다. 행정이 기술보다 먼저 늙었고, 권력이 물보다 더 오염됐다는 뜻이다. 스마트 상수도를 가로막는 건 컴퓨터가 아니라 습관화된 부패의 ‘수압’이다. 국민의 세금은 수도로 흘러야 하는데, 지금은 권력의 수로를 타고 새고 있다.

 

이제 환경부가 결단해야 한다. 권력의 물길을 끊고, 행정의 누수를 막아야 한다. 수도관이 아니라 행정을 뜯어고쳐야 한다. 부패가 흐르고 행정이 굳어 있는 한, 이 나라는 ‘스마트’ 대신 ‘썩은 물’ 속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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