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전북경제) 박철의 기자 = 고창군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행사가 친일 인물 기념 논란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8월15일 고창읍 새마을공원에서 열린 이 행사는 광복 80주년과 건국 77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으나, 인촌 김성수를 기리는 기념식이 포함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날 행사는 "친일 김성수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초래했다.

 

시민사회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광복을 기념하는 날에 친일파를 기리는 행사를 개최한 것은 역사를 모독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논란은 고창군에 남아 있는 친일 인물들의 흔적과 기념사업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시민사회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는 기념행사와 기념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인촌 김성수와 수당 김연수 형제의 생가에서 열렸는데, 두 사람은 모두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확정된 인물들이다.

 

행사 주최 측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광복잔치'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열었지만, 시민사회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이를 "역사를 조롱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창군은 과거부터 친일 인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인촌 김성수는 2017년 대법원 최종 판결로 친일 행위자가 확정돼 서훈이 박탈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창군 새마을공원 내 동상 안내문에는 그의 친일 행적은 빠진 채 '교육·언론인'으로만 기록돼 있다.

 

수당 김연수 역시 일제 금자금을 지원하고 학도병 지원을 독려한 사실이 있음에도, 생가 안내판에는 '근대 공업화 선구자'라는 긍정적 평가만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역사학계와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안내판과 동상은 역사를 미화하고 왜곡해 미래 세대에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시민은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가 되어야 할 장소에서 친일 인물을 미화하는 행사를 벌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진정한 광복은 역사 바로 세우기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역사학자들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친일 잔재 청산과 올바른 역사 확립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촌 김성수, 친일 행위

 

김성수는 1891년 고창에서 태어났으며, 호는 인촌이다. 그는 일본 와세다대학교 정경학부를 졸업한 후, 경성방직을 설립하고 동아일보 사장 및 보성전문학교 교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김성수의 경력은 친일 행위로 얼룩져 있다. 그는 중일전쟁의 정당성을 선전하고, 학도지원병 및 징병제 참여를 독려하는 등 적극적인 친일 활동을 전개했다.

 

광복 이후, 김성수는 미군정청 고문단에서 활동하며 한국민주당과 민주국민당의 일원으로 정치에 참여했다.

 

그는 제2대 부통령을 역임했으나,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반대로 사임했다. 이러한 공로로 1962년 건국공로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으나, 그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면서 2018년 서훈이 취소됐다.

 

김성수의 삶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닌 인물이다.

 

고창서 태어난 수당 김연수, 친일 활동과 경제계 영향력

김연수의 형은 인촌 김성수

 

김연수는 1896년 고창에서 태어났다. 그의 형은 인촌 김성수로, 본관은 울산이며 호는 수당이다. 그는 일제강점기 동안 경성방직과 삼양사의 사장직을 맡았다.

 

그는 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중추원 칙임관 대우 참의, 조선임전보국단 상무이사 등 친일 단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전시체제 협력의 일환으로 학병 권장 글을 발표하고 징병·징용 체제를 찬양하는 등 여러 친일 활동을 일삼았다.

 

해방 이후에도 김연수는 경제계에서 큰 영향력을 유지했다. 그는 한국경제협의회의 초대 회장으로 임명됐으며, 삼양사 명예회장으로서 경제계를 주도했다. 그러나 그의 친일 행적은 해방 직후 반민특위의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김연수의 친일 행적은 역사적 평가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민족문제연구소 등에서는 그의 친일행위를 비판하며, 기념 행위에 대한 재검토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이러한 논란은 2019년 전주종합경기장의 정문에 걸려있던 '수당문' 현판 철거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김연수의 호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으나, 시민들의 반발로 철거됐다.

 

고창출신 친일 논란의 시인 서정주

창씨개명 후 친일 문학지 활동·전두환 정권 찬양 논란

 

서정주(1915-2000)는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친일행위와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복합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다.

 

고창군에서 태어난 그는 '미당'이라는 호로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으며, 일제강점기 동안 창씨개명 후 친일 문학지에 활동하며 징병·징용을 찬양하는 등 친일 행위를 했다.

 

해방 이후에는 우익 진영과 연계하며 반공·보수적 활동을 지속했으며, 독재시절에는 전두환 정권을 찬양하는 축시 헌사와 찬조 연설을 통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학적으로는 『화사집』, 『귀촉도』, 『신라초』 등 다수의 시집을 통해 토속성과 불교, 고전 기반의 심미적 시 세계를 구축하며 '생명파' 시인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의 친일 및 독재 미화 행위는 비판의 대상이 됐고, 문단 내에서 '미당 담론'을 중심으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서정주는 자신의 친일 논란에 대해 "종천순일파"라며 하늘의 뜻에 순응했을 뿐이라는 변명을 하기도 했으며, 일본이 쉽게 항복할 줄 몰랐다는 등의 자기변명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