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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10조 새만금 투자, 또 한 번의 약속이 아닌 전북 대전환의 출발점 되어야”

[전라신문] 조계철 기자 =현대차그룹이 전북 새만금에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로봇·인공지능(AI)·수소 에너지·데이터센터·재생에너지 등 미래 산업을 한데 묶은 대형 프로젝트로, 전북 역사상 최대 단일 기업 투자라는 상징성도 크다. 그동안 ‘번번이 수도권 밖으로 밀려난 지역’이라는 열패감을 견뎌온 전북 도민에게, 이번 발표는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이례적인 기회다.

 

전북은 이미 한 번 큰 상처를 경험했다. 15년 전 삼성그룹은 새만금에 20조원을 투자해 그린에너지 중심 기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계획은 흐지부지되며 결국 취소됐다. 그 과정에서 “또 한 번 이용만 당했다”는 박탈감이 도민들의 마음에 깊게 남았다. 그래서일 것이다. 현대차의 발표를 접한 많은 도민들이 기대와 함께 “이번에는 정말 되는 것이냐”는 조심스러운 질문부터 꺼내 든다.

 

그렇다고 이번 투자마저 의심부터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새만금이 수차례 좌절을 겪었지만, 그 틈 사이에서 전북은 재생에너지 산업, 수소 상용차, 농생명·탄소소재 등 새로운 동력을 착실히 키워 왔다. 이번 현대차 투자는 그동안 흩어져 있던 전북의 잠재력을 한곳에 모으고, 미래 산업의 완결된 생태계로 끌어올릴 수 있는 드문 연결고리다. 전북이 그간 준비해온 인프라와 역량이 ‘버려진 약속의 땅’을 ‘시도할 가치가 있는 땅’으로 바꾸고 있는 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속지 않겠다”는 냉소가 아니라, “이번에는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주체적 의지다. 중앙정부는 대통령 일정에 맞춘 이벤트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인허가와 전력·교통·정주 인프라를 책임지고 뒷받침해야 한다.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은 유치 성과 자랑에 머물지 말고, 토지·환경·인력양성·주거·교육을 포괄하는 후속 이행 계획을 도민 앞에 투명하게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도민의 기대가 또 한 번 허탈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현대차도 ‘보도자료 한 장’으로 끝낼 생각이어서는 안 된다. 투자 규모와 일정, 일자리 효과를 가능한 범위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단계별 진척 상황을 지역사회와 정기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제도화해야 한다. 글로벌 경기나 기술 환경의 변화로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더라도, “쉽게 철회할 수 있는 계획”이 아니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버티는 약속”임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과거 실패의 기억을 안고도 다시 한 번 믿어보려는 지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번 투자가 새만금이라는 특정 공간에만 머문다면, 전북 전체의 체감 변화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군산의 산업 쇠퇴를 겪은 노동자들, 청년 인구 유출로 버티고 있는 시·군, 지역 대학과 중소기업이 함께 새로운 기회를 나눌 수 있어야 ‘전북 대전환’이라는 말에 힘이 실린다. 새만금과 전주·완주, 군산, 익산·김제 등 기존 산업·교육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엮는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도민의 기대는 ‘현대차 공장 하나’가 아니라 ‘전북이 정말 바뀌는 그림’을 향해 있다.

 

결국 관건은 기억이다. 전북 도민은 삼성 20조 투자 무산의 상처를 잊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향한 기대까지 포기하지는 않았다. 이번 현대차 새만금 투자는 그 기대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 될 수 있는지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앙정부와 현대차, 전북도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로 도민의 마음을 달래려 하기보다, 약속을 지키는 행동으로 응답해야 한다. 전북 도민이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낸다면, 새만금은 더 이상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지방이 미래를 주도할 수 있다는 희망의 증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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