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라신문) 조계철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더 이상 새만금이 희망고문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직격했다. 30년 넘게 이어진 개발사업의 지지부진한 성과와 비현실적 계획을 질타하며, 실현 가능한 방향으로 재정비를 주문한 것이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단순한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의 즉흥적 언급이 아니다. 새만금 사업이 당초 구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 갇혀 오랜 세월 전북도를 비롯한 지역민들에게 막연한 기대감만 안겨온 구조적 문제를 겨냥한 일침이다.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첫 삽을 뜬 이후, 매립률 40% 남짓에 머물고 있다. 기본계획은 수차례 변경되었고, 민자유치 실패와 예산 불확실성은 사업의 진척을 발목 잡았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그린뉴딜 중심지’라는 거창한 구호는 사라지고, 잔여 갯벌은 훼손된 채 정체된 개발만 남았다. 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후다닥 해치워야 한다”고 한 것은, 그간의 모호한 계획이 결국 아무것도 해내지 못한 정치적 책임 회피의 결과였음을 인정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이제 전라북도는 새만금 개발의 전면적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정권의 교체와 관계없이 개발의 목표와 철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수십 년간 ‘광활한 신산업 도시’라는 허상을 좇기보다, 현재의 지형과 재정, 환경 여건에 맞는 현실적 목표를 세워야 할 때다. 지역의 생태자원과 환경적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매립을 지속할 이유는 없다. 남은 갯벌과 습지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와 생태 복원, 그리고 지속가능한 지역경제 모델을 결합한 ‘새로운 새만금’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치권 또한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그동안 새만금은 대형 국책사업의 이름 아래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려왔다. “도민들이 화낼까 솔직히 말 못한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그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전북의 진정한 발전은 불가능한 약속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계획에서 시작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끝없는 희망고문’이 아니라 ‘과감한 현실인정과 실행’이다.
새만금의 미래는 과거의 구호를 되풀이하는 데 있지 않다. 냉정한 평가와 담대한 전환만이 30년 적폐의 시간을 마감하고, 지속가능한 전북의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